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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학

서양미술의 역사-입체주의, 신조형주의, 구성주의 미술

by 매일나 2022. 6. 30.

파블로 피카소<아비뇽의 아가씨들>

입체주의

 세잔을 비롯해 인상주의 화가들이 시도한 형태와 빛의 분해를 수용하고 이를 더 본격화하면서 입체주의 미술이라는 새로운 경향이 생겨났다. 다양한 화가에게서 흔적을 발견할 수 있지만 특히 조르주 브라크와 파블로 피카소를 중심으로 하나의 뚜렷한 흐름이 등장한다.

 이들은 사람이나 사물을 원구와 원통, 원뿔 등 기하학적 형태로 단순화하는 작업을 넘어서 기존의 합리적 시간과 공간 개념까지 허물어뜨린다. 한 화면 안에 정면과 측면, 위와 아래, 심지어 뒷면까지 포함하여 절대적 공간 개념을 근본적으로 흔들어 버린다. 또한 여러 시점은 현실에서 순차적인 시간 경험 안에서만 가능하기에 절대적 시간 개념도 부정한다. 결국 이성을 중심으로 한 합리적 사고방식이라는, 근대적 발상을 넘어서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피카소는 <아비뇽의 아가씨들>을 통해 세잔의 시도를 더 극단화 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목욕하는 여성을 그린 세잔의 여러 작품에서 이미 신체의 기하학적 변형이라든가 앞면과 뒷면이 교차하는 앞선 시도가 나타난 바 있다. 전통 회화는 물론이고 근대 회화의 상식에서 벗어나려는 세잔의 과감한 시도를 피카소가 이어받는다.

 피카소의 <아비뇽의 아가씨들>에서는 원근감과 명암을 통한 입체감이 완전히 사라진다. 가운데의 두 인물은 기하학적 변형의 초기 단계로, 신체의 특징이 아직 남아있지만 좌우의 인물을 보면 사각형, 삼각형 등의 도형 요소가 크게 강화된다. 특히 오른쪽 아래 인물을 보면 눈은 정면인데 코는 측면이고, 몸은 아예 뒷면을 담아서 본격적인 복합 시점을 예고한다. 실제와 추상을 결합함으로써 주관에서 분리된 실체로서의 객관을 부정하고 있다. 

 

 브라크의 <둥근 테이블>은 입체주의의 진전된 단계를 보여 준다. 원근법과 명암법이 사라지고 평면 위에서 개별 요소가 관계를 맺으면서도 입체적 구성을 통해 전체 구조를 살려낸다. 개별 요소를 정육면체 구조로 파악하는 것을 넘어, 평면에 여러 시점을 중첩시키는 방식으로 입체주의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평면 위에 정면만이 아니라 위와 아래 시점에서 바라본 모습이 함께 존재한다.

 

 브라크와 피카소는 원근법과 3차원적 공간 표현에서 벗어나면서도, 복수 시점 도입으로 오히려 단일 시점보다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단순화된 사물과 복수 시점 도입으로 전체 구조와 질서를 표현할 수 있다고 여겼다. 

 피카소가 기존 회화의 구조 분석 일환으로 작업한 <알제리의 여인들>은 회화에서 입체주의의 실현 과정을 보여 준다. 왼쪽의 여성은 대상의 형태와 색을 상당 부분 간직하고 있다. 가운데의 두 여성은 가슴과 다리만 어렴풋이 애초의 형상으로 비칠 뿐 나머지 신체는 분해되어 간단한 선과 면, 그리고 색으로 표현되었다. 오른쪽의 흑인 여성은 형태의 단서를 이룰 만한 모든 요소는 남지 않고 검은색과 몇몇 도형의 조합만으로 남는다. 이렇게 입체주의는 현실의 다양하고 구체적인 현상이나 사물을 단계적 절차에 따라 기본 단위로 압축하고, 이들 사이의 관계를 규명함으로써 진정한 체계와 질서에 도달한다.

 

 피카소의 <거울 보는 소녀>를 통해 평면에 사물의 360도 모습을 모두 표현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서는 마네의 시도처럼 빛은 직진한다는 상식을 거두고 주관적으로 빛을 휘감게 함으로써 사물의 모든 면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평면에 사물의 입체를 모두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직진하는 빛으로는 볼 수 없는 소녀의 다른 면을 드러낸다.

 

신조형주의

 피터르 코르넬리스 몬드리안을 중심으로 신조형주의라는 새로운 경향이 나타난다. 몬드리안은 검은색 수평선과 수직선, 원색의 크고 작은 평면 등 몇 가지 제한된 목록의 조합에 의해 다양한 작품 속에서 무수한 의미를 만들어 낸다. 몬드리안은 "미술에 있어 정신적인 것에 근접하려면 우선 현실의 사용도를 가능한 한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왜냐하면 정신적인 것과 현실은 상반된 것이기 때문이다. 기본적 형태를 사용하는 것은 따라서 논리적 귀결이다."라면서 이러한 점을 목적의식으로 추구한다.

 

 몬드리안의 <빅토리 부기우기>는 신조형주의 방법으로 회화에 음악적 요소를 도입한다. 몬드리안은 말년에 뉴욕 화단의 초청으로 뉴욕을 방문했을 때 재즈에 심취하게 된다. 제목에 사용된 '부기우기'라는 표현은 몬드리안이 재즈의 어떤 면에 주목하고 있는가를 잘 보여 준다. 부기우기는 블루스 피아노 연주에서 왼손으로 한 마디 8박자를 잡아 주면서 오른손으로는 자유롭게 연주하는 스타일을 말한다. 몬드리안은 그만큼 재즈의 즉흥성과 자유로운 표현에 매력을 느꼈다.

 다양한 색으로 구성된 가늘고 긴 색띠를 작은 사각형으로 분할하고, 한 면 안에 작은 색면을 겹쳐 삽입하는 방식으로 기존의 스타일보다 훨씬 자유롭고 과감하게 즉흥적 요소를 도입한다. 

 

구성주의

 형식주의 혹은 절대주의로도 불리는 러시아 구성주의는 문학에서 시작되어 미술로 확대된 경향이다. 형식주의는 문학에서 텍스트의 문학성이란 그 형식 구조의 산물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작가의 삶이나 의도, 작품의 역사적 맥락이나 이념적 내용에서 벗어나 작품 내부의 형식적 구조에 의해 텍스트의 문학성이 결정된다는 시각이다. 미술에서도 비슷한 맥락을 지니면서 구성주의 운동이 일어난다. 

 

 카지미르 세베리노비치 말레비치는 구성주의 회화의 선구자 역할을 한다. 그는 처음에는 입체주의와 미래주의의 영향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했다. 

 말레비치의 작품은 러시아 형식주의의 핵심 방법인 '낯설게 하기'와 연관성을 찾을 수 있다. 검은 사각형으로 가득한 그림이 던지는 낯선 느낌 앞에서 우리는 의미를 찾으려는 사고를 시작한다. 작가의 내면적 삶이나 정서에서 기초한 칸딘스키의 추상과는 다르다. 말레비치는 조형 형식 자체로부터 의미의 출발점을 찾는다. 

 

 1917년 러시아 혁명 이후의 구성주의는 '붉은 미술'로도 불린다. 사회주의 사상의 열망을 실현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계적 생산과 건축 공학 및 그래픽과 사진을 통한 기하학적 표현에 의존하여 사회주의적 지향을 직접 드러내는 방식이다. 산업 생산 속에서 미술과 디자인의 통합을 추구했다. 복잡한 장식적 미를 거부하고 순수하고 단순한 기본 형태를 통해 진보로 나아가는 노동 계급과 역사의 동력을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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